법적으로 어른의 나이가 되고나서도 아, 나 이제 으른!이라고 느껴진 적이 별로 없었다.

대학 때 시험을 끝마치고 (아마도 망치고) 해가 진 캠퍼스에서 맥주를 몰래 홀짝이던 때에는 아, 나 이제 대학생이구나? 라고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른이 된 것 같은 느낌은 아니었다.

졸업하고 통장에 매달 들어오는 돈이 생겨도, 운전을 시작해도 그냥 새로운 루틴이 생긴 것이었을 뿐 좀처럼 그런 기분은 들지 않았다. 나와 내가 생각하는 어른 사이에 까맣고 두꺼운 줄이 그어져 있는 것 같이. 벽까지는 아니라 아마도 슥 넘어갈 수는 있는데, 내 의지로 안넘는 것인지 못 넘고 있는 것인지는 모를 바닥에 깔린 선처럼?

그러다가 올해 여름 부모님이 나를 방문하고, 말이 안통하는 나라에 오셨으니 나에게 전적으로 의지할 때, 그리고 그 상황에서 내가 생각보다 무리없이 척척 계획한 일정으로 이끌 때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아 나도 이제 어른인가?> 부모님을 뒷자석에 모시고 여기서 저기로 라이드도 하고, 두 분을 대기석에 앉혀놓고 렌트카도 가져오고, 국립공원으로 바다로 레스토랑으로 모시고 다니면서 이걸 내가 혼자서도 무리없이 하다니 은근히 신기하며 으쓱했다.
그리고 부모님과 2주라는 시간을 한 공간에서 지내니 당연히(?) 언성이 오가기도 했고 나는 내 목소리를 내는 것에 의무감을 느꼈을 때, 그리고 그걸 실천했을 때도 내가 머리가 많이 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 글을 쓴 이유는 최근에 또 그런 모먼트가 있었다. 바로 생에 처음 나만의 김장을 했을 때. 김장이랄 것까지 없는 비록 두 포기의 규모였지만, 그래도 김장철에 했으니 김장으로 치자. 김치를 직접 해야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이미 사와버린 수육용 돼지고기였다. 찬 공기가 감도는 이 날씨에 몇년 째 못먹고 있는 김장김치 속과 함께 먹고 싶은 충동을 모른 척 할 수 없었다! 비록 시작부터 끝까지 안걸던 영상통화까지 걸어가며 엄마한테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내 인생에 김장이라고는 엄마가 할 때 충실한 조수의 역할을 했던 것 뿐이었는데, 이걸 내가 주관하다니 나 이제 누가봐도 어른이잖아? 김치 속의 간을 볼 때는 엄마와 같이 살때 간보던 실력으로 그 쨍하고 강렬한 맛을 기억하면서 맛을 맞추어 갔다. 그리고 심지어 꽤나 맛있게 되었다. 엄마의 김치 맛이랑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만 어쨌든 이것은 오롯이 나의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아마도, 비로소, 드디어 어른이다. 한참 늦은것 같지만, 그래도 어른이 된다는 것은 꽤나 멋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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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이 지나가고 있다. 이번 여름의 가장 큰 이벤트는 엄마 아빠의 방문이었다. 방문 전까지만 해도 장빗빛으로 기대하고 들떠있었는데 현실이 닥치고 뒤돌아보니 내가 얼마나 단순하고 나이브했었던지 비웃게 되었다. 간만에 느껴보는 커다란 감정들의 소용돌이었다. 우리는 너무 떨어져 살았던걸까. 더욱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게 된 것 같다. 2주 간의 방문 후 멘탈 후유증들로 괴로웠는데 결국 시간이 지나니 또 점점 흐릿해져간다.

- 오랜만에 이 작은 동네에 유일한 (마을 회관 느낌의) 재즈 클럽에, 시애틀 살 때 듣기 시작한 Delvon Lamarr Organ Trio가 공연을 하러 온다고 해서 보러갔었다. 역시나 직접 들으니 음악이 다가오는 울림의 깊이가 달라서 새삼 놀랐고 너무 좋았다 (재미까지 있었다!). 가장 좋았던 부분은 Girly face 라는 곡이었다. 연주에 앞서 "우리 딸이.. 십대 때 학교에 괴롭히는 애들 때문에 힘들어 할 때 만든 노래인데, 내가 우리 딸을 girly face라고 부르거든.. 그래서 제목이 그거야" 라고 소개하는 말을 듣고 곡을 시작했다. 아빠가 속상해 하는 딸을 위로하는 마음이 너무 절절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나는 이제 아빠와 이런 교감은 못할 것 같아서 서글퍼졌다.

- 얼마전 탄자니아 마사이족에 관한 기사를 읽었다. 10년도 더 전에 봉사활동을 가서 고작 3주 지내다 왔지만 탄자니아와 그곳의 사람들에 대한 기억은 내 20대 아끼는 추억 중 하나다. 무엇에 대한 얘기였냐면, 중동의 거대 오일 머니 자본이 탄자니아 정부와 손잡고 마사이족들을 그들의 생활 터전인 세렝게티나 응고로고로 국립공원에서 쫓아내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아주 비참하고 악랄하게. 자연 보호를 명목으로 땅의 주인들을 빈털터리로 만들고 쫓아내고 나면, 중동 부자들이 와서 야생 동물을 사냥하도록 하게 해주는 것이다.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화가 끓어 올라 뭔가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있나 찾아봐도 나같은 개인은 결국 할 수 있는게 없는 것 같았다. 큰 무기력을 느꼈다. 부디 잘 살아남으시길 마음 속으로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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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동네에 오고 친한 이웃이 하나둘 생겼다
가장 친한 이웃 중 하나는 미셸네
미셸네 부부는 남편과 같은 직장인데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투싼에서 이곳으로 이사를 왔다

처음으로 저녁에 맥주 한잔 하기로 한 날
우리 또래인 미셸은 아들을 집에 두고왔다고 했다
아 그럼 시터랑 같이 있니? 라고 물었더니
아니 혼자 있는걸 좋아해… 10대거든 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틴에이져?
그냥 갓 십대가 된 아이도 아니고 무려 16세 아들이 있다고?

나중에 만나게 된 미셸네 아들은 정말 캐릭터있는 친구였다
거대한 아프로 머리 속에 아기아기한 얼굴이 숨겨져있는 아이
우리들의 대화에 마치 어른마냥 잘 들어주고 자기 얘기도 곧 잘 하는
유머감각도 좋아서 농담을 주고 받다가
아니 얘 그냥 어른 아냐? 싶다가도
미셸이 얘 여자애랑 잘해보려고 무슨짓까지 했는줄 알아? 라고 하면
엄마! 하면서 손으로 자기 엄마 입을 틀어막아버리는 영락없는 소년이었다

미셸은 아들 애기때 정말 고생 많이했다고
아기물티슈 살 돈이 없어서 맥도날드 냅킨으로 아들을 닦아줬다고 이제는 웃으며 말하지만
지금의 그들을 보며 나는
애가 십대면 저렇게 재밌을 수 있단말야?
애가 십대인데 엄마가 젊고 쿨할 수 있단말야?
나도 20살때 애를 낳아버릴걸 그랬어? (너무 멀리감)
등등의 편리한 생각을 한다

아무튼 이 아들내미에게는 근사한 취미가 하나 있는데
바로 재즈 기타이다.
취미라기엔 꽤 심각해서 레슨도 받고, 학교 클럽에서 합주도 하고, 가끔씩 연주회도 참가한다
그렇기에 이 가족의 취미는 자연스럽게 재즈가 되었고
그 덕분에 우리를 한 재즈 기타리스트 공연에 초대해주었다.

이 작은 도시에도 있을 건 나름 다 있어서 재즈클럽이 있다
처음가본 우리동네 재즈클럽은 뉴욕처럼 삐까뻔쩍하고 관객들이 한껏 차려입고 오는 분위기가 아니라
마을 회관 사이즈 정도에 음식과 술을 부담없는 가격에 팔고 있었다
전혀 잰 체하지않고 소탈한 분위기의 공연장이었다

오늘의 연주자는 Pasquale Grasso 였다
재즈에서 흔한 트리오나 쿼텟이 아닌 기타와 연주자만이 공연을 채웠다

연주자는 곡을 시작할 때마다 잠깐 마이크를 들고
이탈리아 억양의 능숙한 영어로 노래에 대한 자기 얘기를 풀어놨다.
첫 곡에 대한 얘기는 자신이 재즈 기타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무려) 여섯살로 돌아가는데
이탈리아의 나폴리보다 더 남쪽에 있는 작은 마을에서부터
재즈 연주가의 꿈을 키워왔을 소년이 자라서
눈앞에서 이렇게
낭만적이고
마음을 울리는 연주를 해주다니
아름답다 아름다워 머리속이 꽃밭이 되었다

어떤 노래를 소개하면서는
학교 마치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이 노래를 틀면
오늘 하루를 잘 마칠 수 있을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온화한 표정으로 연주하는 그 노래를 들으니
나도 덩달아 정말 그럴 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연주자는 인터미션이 되자
붉은 와인 한 잔을 손에 들고
관객들 사이를 다니며 눈인사를 해주거나 스몰톡을 했다
기타도 잘치면서 친절한 마음까지 가진 거 같아 더 즐거웠다

아무튼
재즈를 좋아하는 소년 덕분에
소년때부터 재즈를 좋아해 온 이의 연주를 들을 수 있었던
꽤나 낭만적이고 재즈로운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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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되도록 사진 없이 글을 써보려고 한다
애초에 블로그를 시작한 것도 내 생각을 글로 옮겨 놓고 싶었기 때문이었고
사진을 올리다 보면 하고 싶은 말도 희석되는 것 같기도 해서
글자에 집중해 봐야겠다는 다짐으로 시작하는 글이다.
새로 온 이 곳은 아름다운 풍경을 마주칠 일이 많은 곳이다
단아한 지평선 위에 해 질 녘 노을, 몬터레이 해안이 보일만큼 맑은 날의 수평선, 쭉쭉 뻗은 레드우드들을 목을 젖혀 보고 있자면
이곳에 살게 되다니, 전생에 잘 살았던 모양이야. 하고 생각하게 된다.
요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책을 읽고 있어서 그런가
내가 한 줌의 재로 어디에 있고 싶을까 라는 생각을 할라치면
평생을 산 한국과 몇 개월 남짓 살지 않은 이곳 중에 고르기 힘들 정도로 나는 이곳을 좋아하나 보다
6개월여전에 시작한 세 번째 직장은 어느 회사보다 업무강도가 세고 어렵다
아직도 영어는 고만고만해서 아주 테크니컬한걸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거나
사소한 뉘앙스의 차이를 섬세하게 표현하고 싶을 때는 애를 많이 먹는다
기쁜 소식은 아직 울지 않았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 만난 비슷한 업계에서 일한 지 꽤 된 친구에게
너는 회사 다니면서 울기도 하니? 라고 물었을 때
저는 진짜 맨날 울어요, 라는 답을 들었었는데
나는 닳고 닳아버린 건지 성격이 느긋한 건지 아직 통곡은 안 했네.
하지만 방심할 수는 없다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는 운동을 열심히 하려고 한다
몇 주씩 쉬어버리기도 하고 매일 가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간간히라도 꾸준히 하고 있다
몸이 단단해지면 마음도 단단해지려나
그렇다면 아주 좋은 것이고
몸이라도 단단해진다면 그것 만으로도 좋은 것이다
남편 하고는 아주 잘 지내고 있다
이 자와 살면서 상대를 위하는 법을 많이 배우고 있다
이 자와 만나면서 일이 힘들 때마다
공적인 부분은 내가 지금 별로일지라도
사적인 부분은 아주 행복해서 다행이다 라는 생각을 줄곧 했었고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이 자와 살고 있다니.
아무래도 전생에 나는 아주 덕을 많이 쌓은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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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말에 마침내(!) 이사를 왔다.

원래 살던 곳보다 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왔고, 바다와 산으로 둘러 쌓여 있는 인구 6만 정도의 작은 동네이다.

이사 정리중

이사 온 첫 일주일은 알 수 없게 기분이 착 가라앉아 있었는데, 나의 상태지만 왜 인지 이해가 잘 안 갔다.
지금 돌아보니 살아본 적 없는 형태의 동네여서 좋고 싫고를 떠나 그냥 매우 낯설어했던 것 같다. 물론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도합 120%로 즐기는 중...

집 밖 풍경: 나무, 나무, 나무

일단 이 동네는 서울의 반대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편하다. 인구 밀도 낮음, 태평양의 바다 바람이 항상 불고 나무가 많아 공기 좋고 자연환경 깨끗함, 날씨 쾌적하고 온화함. 하. 지. 만... 맛있는 거 없음, 사람 없음, 편리한 거 없음, 차 없으면 이동 불가능..

비교적 일정한 날씨


그래도 미국 생활 삼대장 (홀푸드, 트레이더 조, 코스트코)는 가까이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처음에 왔을 때는 이곳은 나, 남편, 그리고 자연..... 이 전부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더랬다. 둘이 뭐하고 놀면 좋을지 매일 궁리 중입니다.
이 동네로 말할 것 같으면,

일단 산이 매우 가깝다.

집 앞이 산이다. 밤에는 가끔 코요테 떼가 내려와서 울고 간다.
(소름 끼치는 코요테의 울음소리가 궁금하시면 여기)
우리가 이사 온 집은 학교 입구 바로 앞인데, 학교에 가면 일단 캠퍼스가 산속에 들어가 있다..

공원 아니고 학교 안...
올려 보면 나무...
또 나무...

물론 학교 밖에도 숲은 많다. 동네 근처에 있는 숲에 가면 더 다양하고 우거진 나무들을 만날 수 있다!

후광이 비추는 ㄴr...★

물론 물도 많습니다!

집에서 차 타고 10분 (정확히는 8분) 가면 바다가 나온다!
시애틀 살 때도 물은 가까웠으나 여기는 좀 더 본격적으로 미대륙의 끝 느낌이라 광활하고 웅장한 기분!

첫 출근을 하고 뭔가 오랜만에 하루 종일 신발을 신고 있었더니 발이 갑갑한 기분(더러엉?)이 들었는데
퇴근길에 바다에 와서 발을 담그니 씨원하게 쿨다운하면서 하루의 피로가 씻겨 내려가는 느낌이 좋았다. 그럴 수 있는 게 좋았다.

어쨌든 자연이 좋다 보니...

동물도 많다!

아마도 얘네는 학교에서 기르는 소
사슴
사슴2
사슴은 정말 많이 본다 ㅋㅋ

사슴들은 사람을 별로 안 무서워하는 듯하다...!

야생 칠면조. 땡스기빙이 다가오면 긴장해야하지 않을까 늬들?

물가로 가면,

펠리칸 있고요
암석 위에 흰 돌이 아니라~ 물개님덜

Wharf 쪽으로 가면 훨씬 가까이 볼 수 있다! ㅎㅎ
언젠간 이 근처에 서식한다는 elephant seal을 꼭 보고 싶다! 이렇게 생김:


사실 이 글은 우리 동네 놀러 오라는 영업 글이었습니다.
마음에 드셨다면 (안 드셔도) 꼭 놀러 오세요. 심심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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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라고 써놓고 임시저장 후 이미 몇주가 흘렀다)를 마지막으로 미국에서 첫 직장과 안녕~을 했다.
오래 살다보니 퇴사를 두번이나 하네... (진즉 그만 두고싶었지만) 대략 4년 꽉채워서 다녔다. 지난 직장도 만 4년 다니고 나왔었다.
하도 저주(?)하면서 다녔던 회사라 퇴사하고 나면 별 생각 안들줄 알았는데 미운 정도 정인지라 약간의 알수 없는 뒷맛이 남는 것 같다.
사실 내 퇴사 감상이 시작되기도 전에 퇴사일 오후 5시 땡 되고 나니 내 계정을 날려버리는 회사의 쿨함에 머리가 띵하게 어이가 없기도 하다.
마지막날은 온라인으로 그동안 일했던 팀원들과 모여 빠빠이를 했는데
마치 내향적인간이 안친한 사람들이랑 불편하게 놀다가 집에 갈 때는 누구보다 밝은 얼굴로 안녕~~~!! 하는 것 마냥
그래도 나름 마지막이라고 다들 잘지내라, 모두들 굳럭이야, 우리 꼭 연락하고 지내자~ ^^ 하고 마무리를 했다.
첫 일년은 울면서 다녔다. 아침에 눈을 뜨면 아랫배가 아파왔다.
타국에서의 첫 직장... 써놓고 보니 생각보다 많은 고생이 들어있는 말같다.
대부분의 고충은 의사소통에서 왔다.
학교에서의 영어는 생각보다 수동적인 언어활동이다. 대부분 읽고 듣기를 하지, 말하기는 생각보다 덜 비중을 차지한다.
그래서 학교를 다니는동안 영어가 아주 크게 문제되지 않았고, 거의 늘지 않기도 했다.
그런데 회사에 오니 클라이언트들을 붙잡고 이건 이렇게 해주세요 저건 저렇게 해주세요 하는 나름 고기능(?) 영어를 해야했고
미팅때 어찌저찌 준비한 말을 하고 나면 온갖 액센트들로 알아들을 수 없는 질문이 날아온다.
그럴 때마다 나의 머리는 백지가 되기 일쑤였다.

나와 같은 길을 10년정도 먼저 밟은 사촌 언니는 나에게 야, 돈주는 영어학원 다닌다고 생각해. 라고 말해주었는데
그 말을 가슴속에 넣어두고 그래... 와~ 나는 돈을 받고 영어도 배운다~ 라고 생각하니 아주 조금 위안이 되었다.
(그리고 그 언니는 영어에 있어서는 우리 평생 원어민처럼 말하는 날은 오지 않을 거라고도 말해주었다.)

4년동안 난 여기서 뭘 배웠을까/얻었을까? 라는 질문의 답을 찾아보려고 했는데 사실 생각보다 별거 없었다.
1) 영어가 하에서 중하-중 정도로 늘었다는 것
2) 금융과 나는 맞지 않는다는 것. 돈을 좋아하는 것과 금융의 세계에 대한 애정은 다르다.
2-2) 금융상품은 겁나게 많고 하나하나 두통을 유발한다...
3) 역시나 남의 돈 벌어먹기는 힘들다

아 써놓고 보니 정말 별거 없다. 여튼 떠나고나니 정말 후련하다. 4년동안 수고했고 다시는 만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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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2022년의 상반기가 한 달이나 남아있지만
계획했던 상반기의 일들을 대략 정리해놓고 나니 한 번쯤은 글로 정리해놓는 것도 좋겠다 싶어 써보는 글

2022년 상반기에 굳이 의미를 부여하는 이유는 반드시 잘 마쳐야 하는 일련의 중요한 일들을 해결하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1) 미국에서의 신분 문제가 있었으며, 2) 남편의 직장 - 그에 따른 우리의 거주지, 3) 그에 따른 나의 직장을 한 번에 해결해야 하는 시기였다.

1)은 작년부터 끌어오던 영주권 문제였는데 올해 초에는 해결이 나야 했다. 작년 초쯤 첫 신청 서류를 제출할 때 남편 이름으로 제출하는 거였고 그랬기 때문에 남편이 영주권을 받아야 하는 이유를 증명하는 서류들을 잔뜩 준비해야 했었다. 본인 일하랴, 변호사랑 씨름해가면서 서류 준비하랴, 엄청 스트레스를 받아했었고 첫 신청 결과는 RFE (Request for Evidence).. 말 그대로 서류를 더 준비하라는 거절이었기 때문에 엄청 같이 전전긍긍했었다.

서류를 보완해서 제출했을 때 다행히 받아들여져서 아마 2021년 늦여름쯤 이민국에서 너네 영주권 허가해줄게!라고 연락을 받았다. 하지만 그게 딱 이 과정의 반절 정도 온 것이었고 실질적으로 그린카드를 손에 쥐기 위해서는 또 더 많은 서류 작업이 있었어야 했다. 그때는 남편이 인터뷰 준비 시기라 내가 바통터치받아 변호사랑 관련 서류를 준비하고 지문 제출, 신체검사 등등의 과정을 거쳤다. (신체검사 결과 보냈는데 이민국에서 잃어버렸는지 못 받았다고 다시 보내라고 해서 지연이 생기기도 함... 하)

보통은 서류제출과 검증이 완료되면 영주권을 손에 쥐기 전에 임시 영주권 개념인 '콤보 카드'를 받는다고 한다. 그리고 한참 후에 정식 영주권을 받는 게 보통인데 담당 직원이 잘 걸린 것인지 올해 초에 남편은 콤보 카드 건너뛰고 바로 영주권을 발급받았다. 그럼 나는요?!!!! 나만 또 RFE를 받았다... 아무래도 그린카드 지원 직전에 혼인신고를 해서 이민국의 의심을 산 듯... (Green card marriage 아닌가 하는) 그래서 무슨 짓까지 했냐면 변호사의 조언에 따라 서류를 준비했는데 혼인 신고 때 사진이라든가 공동 명의의 아파트 렌트 계약서라든가 이런 건 기본이고 데이팅 히스토리를 보여주는 포토 앨범까지 만들었다....(처음 만난 날부터 졸업식 같은 굵직한 이벤트라든가 같이 놀이공원 간 사진 이런 거... 잔뜩..). 제출 후 결국 나도 한 달 정도 간격으로 힘겹게 영주권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지금 돌아보니 물론 1년 정도 넘게 걸렸던 것이니 비교적 빨리 받은 것인데도 그 당시에는 신분이 불안정하다는 이유로 엄청 스트레스받아했었고 잘못될 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해하고 우울해했었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해결되어서 너무 다행이고 같이 걱정해준 사람들에게 고마운 마음뿐이다.

영주권을 손에 쥐고 celebratory dinner

2) 남편 직장에 대해 잠시 말하자면 남편은 포닥 이후에 학계에 있고 싶어 했다. 회사로 갈 경우는 갈 만한 도시들을 대충 예상할 수 있으나 학교로 직장을 알아본다면 어디에 직장을 잡을지 매우 안갯속이 된다. 그래서 작년에는 심심하면 했던 얘기가 과연 우리는 어느 도시에 살게 될까 였다. 다행히 여러 개의 선택지가 생겼고 가장 구미가 당기는 두 개의 주립대학교로 추려졌었는데 첫 번째 학교는 동부 고립된 시골의 학교만 덩그러니 있는 도시(college town)였고 두 번째는 실리콘벨리 근처 캘리포니아 북부의 학교였다. 장점과 단점이 아주 명확했다. 동부 학교는 장점: 집값이 쌌고, 물가가 쌌지만, 단점: 나의 직장이 없음. 주변에 아무것도 없음. 겨울이 너무 추움.이었다. 두 번째 학교는 그냥 이것의 정확히 반대라고 보면 됐다.

지금 생각해보니 좀 웃겼던 것... 두 곳을 제대로 비교하고자 둘 다 가보았다. 처음에는 시골 학교에 갔는데 도착한 날 주변에 정말 아무것도 없는 걸 내 눈으로 직접 보고 호텔방에서 울었었다... 왜냐면 거기 살게 된다면 나는 원격근무를 할 테고 아무것도 없는 동네에서 남편은 학교 가고 나는 집안에서 덩그러니 하루 종일 혼자 컴퓨터 보고 일하고 밥해먹는다고 생각하니 너무 벌써 싫은 거였다... 그 학교 같은 경우는 two-body problem에서 우리를 만족시켜줄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나서 두 번째 학교에 가보니 집값은 미쳤지만 여기로 안 온다면 바보 같은 결정임이 분명하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내가 일할 수도 있는 회사들이 출퇴근 거리에 포진해있는 게 정말 중요했다. 그리해서 캘리포니아에 남기로 결정하였고 아주 만족스럽다. 위치적으로도 한국이랑 가까우니 조금 더 마음이 편하달까. 그렇지만 미쳐버린 집값 때문에 나도 남편도 소처럼 벌어야 해... 흑흑 

동부 학교 도시의 공항. 보이는게 공항의 거의 전부입니다요...

남편의 직장까지 정해져 버리니 이제는 내 차례였다. 일단 나는 현재 다니는 회사를 대략 팔천 개의 이유로 너무너무 너무나도 관두고 싶어 했으며 그동안 그러지 못한 이유는 그놈의 신분 문제였다. 지금 다니는 회사는 이사 갈 동네에서 출퇴근이 불가능했으며 신분도 해결됐겠다 나만 직장을 옮기면 되는 상황.. 근데 내가 할 수 있을까?

직장을 옮기기 위해서는 코딩 공부도 해야 했고 인터뷰 때 할 이야깃거리를 준비하고 연습해야 했다. (behavioral questions - 너 이런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했니? 같은 질문들. 비교적 뻔한 질문들이긴 하다) 원격 근무를 하니 공부할 시간을 많이 확보할 수 있어서 좋았다. 코딩 공부는 오랜 기간에 걸쳐 아주 조금씩 하고 있긴 했는데 막상 인터뷰를 하려니까 자신감이 바닥이었다. 그렇지만 대학원 때 들은 데이터 구조 수업과 그 자료들이 도움이 많이 됐다. (해쉬 맵은 정말 많이 물어보는 듯...)

4년 전 미국 와서 처음 인터뷰를 할 때는 영어도 더 엉망이었고 이거 아니면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절박함 때문에 마음이 정말 힘들었었는데 그거에 비하면 괜찮은 상황이니 그나마 수월했던 것 같다. 직접 지원도 많이 하고 주변 사람들 통해 referral도 많이 부탁했다. 그러던 중 다행히 몇 군데 회사와 인터뷰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지금 직장 인터뷰 때도 그랬는데 어떤 인터뷰들은 마치고 나면 "나로서는 이게 최선이었고 후회 없다"라고 생각이 들면 오퍼가 오더라... 망했다 싶으면 정말 망한 거고. 결국 만족할만한 오퍼를 받아 곧 새 직장에서 일할 예정이다. 내 현재 직장이 소프트웨어 개발자 포지션이 아니라 항상 그거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는데 그 한을 이제야 풀게 되어서 기쁜 마음이다! 

목표했던 일들의 리스트의 체크박스에 하나씩 체크하는 기분이 퍽 좋았다. 이제 곧 한달 후면 엘에이를 떠나 새 도시로 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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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휴가는 끝났지만 내 모드는 아직 거기에서 벗어나지를 못하였다.
별 것 없는 2021 연말 무엇을 했나 기록을 해보자. 역시나 두서없음

소듕하고 귀여운 친구네 고냥이 오파리(본명 Opal)를 3주간 봐주기로 하였다. (고양이 사진 다수 등장 예정..)
연약한 누군가를 케어한다는 것은 어깨가 무거워지는 것..

target에 뭐 사러 갔다가 괜히 잠옷으로 입으려고 사옴. 입고자면 악몽을 꾸진 않을 것 같아요

온갖 악당 때려 잡을 기세의 58. 개쎄보이게 나왔어.
하지만 그저 그는 간식에 환장하는 바보 냥이...

안가본 동네 highland park에 놀러갔다. 신기하고 키치한 가게들이 많아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친구들 놀러오면 가보자~라고 했던 볼링 펍...

꽇이 좋아지는 나이,,~~


크리스마스 때 빠에야를 해먹기로 하고 공부를 하러(?) 가본 타파스 바 겸 빠에야 가게
어딘가서 빠에야는 볶음밥 느낌이 아니라, 바다의 느낌을 잔뜩 머금은 육수를 쌀알에 바짝 쫄여먹는 음식..이라고 해서 그걸 가장 충실하게 구현하는 것 같은 가게를 골랐는데 예상이 적중했다

Otoño · 5715 N Figueroa St, Los Angeles, CA 90042 미국

★★★★☆ · 스페인음식점

www.google.com


밤이 되면 써클렌즈를 껴서 더 귀여워지는 아이
항상 우리 근방에 있고 사람 손길을 좋아하는 멍냥이...
처음에는 우리집을 낯설어하더니 곧 안방마님이 되었다. 오팔이 하고싶은대로 해~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이탈리안 식당에서 외식을 했다

크리스마스 날.
난 이번에 암것도 준비 못했는데 남편은 그래도 아직까진(?) 메인 선물과 쟈근 선물을 준비해준다...
쟈근 선물로 받은 스크래블 디럭스 에디션!!!!! (스크래블 너무 재밌어.....)

그리고 오팔의 스크래블 실력~~

남편과 처음 함께 부부로서 맞는 크리스마스인데, 결혼 전 후로 달라진 것이라면
'운명공동체'라는 말이 정말 피부로 와닿는다는 것
너의 슬픔과 기쁨은 고스란히 나의 것이 되고, 나의 적 즉슨 너의 적.. (아마 이건 서로 싫어하는 사람 일치율 100%라서일까..ㅎ)
약간 특수한 부분이라면 우리는 아무래도 이민자로 타지 생활을 하다보니 말그대로 서로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해서 전우애 비슷한 것도 덤으로 따라왔고
제일 친한 친구, (어디까지나 내 기준) 젤 웃긴 사람, 그리고 무엇보다 든든한 내 편이 생겨서 아직도 기쁜 마음이 가라앉지 않는다.
물론 가끔 속터지게 하지만


선물 풀러보고 사실 별거 안하고 점심 이후부터는 빠에야 만드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듯


어란 파스타도 그랬고 내가 좋아하는 요리들은 대부분 육수 뽑기가 관건인게 많은 듯? 아니면 원래 맛있는 요리란 그런건가? (긁적)
육수 만들기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야채들과
새우 껍질 모아
팔팔 끓여
호일에 넣고 토스트한 사프론을 투하

그리고는 (중략)

완성. 이제 빠에야는 질릴 때 까지 먹은 것 같아 ㅎㅎ
???: "할머니..?"

12월 한달 운동 기록
운동이란.. 나름 해도 해도 늘 부족하게 하는 것 같으며 하나 안하나 웨 내 몸은 여전히 쓰레기같이 느껴지는거야.. 흑흑 욕나와

남편의 첫 정장을 맞추기 위해서 오랜만에 쇼핑을 했다.

츄르 츄르 츄르 츄르 츄!츄!츄! 를 불러주며 먹이면 더 잘먹는 것 같단 말이지..
넌 츄르 먹을 때가 젤 귀여워 ㅠ.ㅠ
이 냥냥이는 지금은 자기 집으로 돌아갔고 집에서 안보이니까 서운하고 허전해서... 정말 냥이 하나 기르고 싶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 중

1/1에는 신정맞이 등산을 다녀왔다
오랜만에 산을 타니 몸도 가벼워지고 새해의 심기일전을 할 수 있었다!

올해는 좀 풀려라 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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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발단은... 
가까이 사는 친한 커플과 땡스기빙 저녁을 함께 하기로 하였고
우리 집에서 먹기로 했으니 그럼 터키는 내가 준비해볼게..! 에서 시작됨 
태어나 처음으로 칠면조 통구이를 내 손으로 직접 준비해본다니 긴장돼..

난 호스트를 하면 혼자 괜히 긴장하고 온갖 난리를 치는데
땡스기빙 디너라니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내 안의 모니카가 소환되어 북 치고 장구치 고를 했다 

뭔가 잘못 될까봐 시간 계산도 꼼꼼히 하고 심지어 시간표도 만들었었다.. 하하 
준비할 메뉴는 :
   - 11 파운드 (대략 5kg) 칠면조 & 그레이비
   - 크랜베리 소스
   - 매쉬드 포테이토
   - 그린빈
   - 스터핑
   - 독일식 적양배추

D-2: 크랜베리 소스 준비, 터키 해동, 냉장고 청소

준비하면서 가장 큰 문제점(?)은 내가 제대로 된 땡스기빙 디너를 먹어보지 못하였다는 것..
심지어 완벽한 터키의 맛도 나는 몰라! 그래서 레시피들만 믿고 따랐다

난이도 하: 크랜베리 소스 끓이기

허브(타임과 로즈메리)도 많이 쓸 테니 가지 끝을 물에 담가서 대기시켜 둔다  
그리고 꼭 꼭 해야 할 것이 냉장고 청소.. 1) 일단 손님이 올 테고 2) 밑간 해둔 터키를 두어야 하므로 미리 청소를 해서 충분한 공간을 만들어 둔다 

D-1: 터키 밑간 및 재료 손질

터키를 요리하는 방법은 대략 오백만 가지가 있어서 레시피를 보다 보면 
내 안의 사공이 너무 많아진다... 그럴 땐 그냥 가장 믿음직해 보이는 레시피 하나만 믿고 따라가기!

preparing for dry brining

터키를 염지?(brine)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소금물에 재워놓을 수도 있고 하지만 
나는 소금+설탕+기타 재료를 섞어 하루 전에 문질러 주는 dry brine 방법을 택했다

터키 배 안에 들어있는 내 목 보다 긴 터키의 목을 그레이비를 위해 잘 보관해두고

거대한 11 파운드의 터키는 냉장고로 가서 결전의 날을 위해 휴식을 취한다

그리고 스터핑을 만들어야 하므로 빵을 갈기갈기 손으로 찢어 상온에서 말려준다

프렌즈 보면서, 취해 가면서 그린빈에 고명으로 올릴 샬롯 튀김 만들기..
근데 망해서 할 수 없이 양파로 다시 했다 ㅠㅠ

마지막으로는 스터핑에 들어갈 야채 재료들을 손질해놓고 결전의 날을 위해 휴식!

D-DAY

굿모닝? 하루 지난 터키는 삼투압 때문인지 껍질이 많이 얇아졌다
상온에 세 시간 정도 방치했다가
속에 양파, 셀러리 잎, 허브 등등을 가득 채워 넣고 trussing(다리 묶기)을 해준다

이제 오븐에 들어갈 시간! 약 세 시간 동안 325-350도에서 서서히 익어갈 나의 터키...
(오븐 시간 계산법: 터키 파운드 당 13분씩 (스터핑을 속에 채우지 않을 경우))

바닥에 모이는 터키 기름으로 그레이비를 만들 예정인데
더 진한 맛을 위해 가장 바닥에 어제 따로 저장해 둔 칠면조의 목을 깔고,
올라갈 자리에 각종 허브와 반토막 낸 마늘을 올려둔다.

주변에 사이드로 먹을 샬롯과 적양파를 깔아 두고,
아름답게 올라간 거대한 터키 ㅠㅠ 너의 희생을 헛되지 않게 할게... 

그리고 이제 진짜 바빠진다! 
손님은 아마 세 시간 정도 있으면 올 것이기 때문에
빠르게 빠르게 음식을 준비해야 해..!

다행히 어제 손질을 다 해놔서 스터핑 만들기가 좀 더 수월했다.
(그러나 계속하면서도 이게 맞는 건가 싶고)

여기서부턴 정신이 없어서 사진이 엄청 뜨문뜨문이다..

그리고 독일식 적양배추까지!
이건 정통 땡스기빙 사이드는 아니나 내가 어디선가 같이 먹는 걸 보고 해보고 싶어서! 

그리고 이 이후에는 준비 샷이 없다 ㅋㅋ 왜냐면 손님들이 들이닥치고
요리하랴 손님 응대하랴 아주 아주 정신이 없었기 때문..

자 드디어 식사시간~~ 모두 모여주세요

가장 위의 세 메뉴: 허니 넛 스쿼시 맥 앤 치즈, 펌킨 파이, 마라샹궈는 친구네가 해왔다 ㅎㅎ

달달 고소했던 허니넛스쿼시 맥앤치즈
콜린 레시피: 아루굴라 + 그린빈 + 튀긴 양파 + 레몬 머스타드 드레싱
버터밀크 매쉬드 포테이토
샐러리가 잔뜩 들어간 스터핑!
독일식 상큼한 적양배추 요리
크랜베리 소스와 터키 그레이비
그리고 대망의 터키!
친구네의 예술 혼이 느껴지는 펌킨 파이

가장 걱정했던 것은 퍽퍽하고 맛없는 터키를 먹게 될까 봐.. 였는데 생각보다 너무너무 맛있었다!
크리스피 아웃사이드 쥬시 인사이드~ 다들 맛있다고 해줘서 너무너무 뿌듯했다

막상 먹을 때가 되니 너무나 지쳐버려서 식욕이 안 돌아서인지 조이처럼은 많이 못 먹었다ㅠㅠ

재밌게 먹고 놀고 마시고 떠들며 12시가 넘어서야 저녁이 끝났다. 정리하고 나니 두시가 넘었던..
당일 이후 남긴 음식을 매끼(..) 맛있게 먹으며 음미하고 있다

어째 당일 먹는 거 보다 더 맛있어

나름 성공적이었던 땡스기빙 후기 끝! 
내년엔 모대여..

참고한 사이트: 1) https://anewsletter.alisoneroman.com/p/thanksgiving-special-video

 

THANKSGIVING SPECIAL

home movies tuesday!

anewsletter.alisoneroman.com

2) https://blog.naver.com/rfiennes

 

Ottawa의 두 총각 : 네이버 블로그

모든 글은 전체공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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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시본 대결은 내가 승리했다! 하하 

++ 그다음 날은 과식을 만회하기 위해 오리배를 타러 갔다. 참 좋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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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아주 아주 일하기 싫으므로 그 동안 뭘 했는지 되짚어 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10월 - 11월 정도의 이야기들

한국에 다녀오자 마자 원치않게 캐나다에 다녀왔다... 
새벽 비행기는 정말 이젠 힘들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의 마음이었다

잠시 회사 때매 다녀왔는데 친척언니네 지내면서 호위호식(?) 했다. 

캐나다 왔으니 동네 푸틴 맛집 한번 거쳐가주고

다운타운 외출한 적이 있는데 이 곳이랑 나는 안맞는건지 
하루종일 고생고생 생고생만 하다가 빡쳐서 사먹은 악마의 음식,, 
아 저스틴 트뤼도 맛집이란 말에 또 혹해가지구..
맘만 먹으면 다 먹을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억지로 많이 남겼다 흑흑

아주 오랜만에 만난 친척언니였는데
이미 서로의 상황을 다 아는 처지라 그런지
끊임없이 수다를 떨 수 있었다

성장기 세 아이의 어머니라 그런지 무쟈게 손 큰 언니 ㅋㅋ
계란말이는 내가 했는데 무려 계란을 열개 넣었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단풍국... 그러나 나는 쌀국이 그리웠다 ㅠㅠ 

 

일주일 후 다시 돌아왔는데
공항 픽업을 와서는...
뭐야 나 이런거 되게 좋아해~

 

길가다가 어느 집 정원에서 하고 있던 fund raising.
웬 백인 할머니들이 'BLM을 지지하는 백인들' 이라는 이름하에 ㅋㅋ
원하는 만큼 기부를 하면 원하는 화병을 준다고해서..   

모셔온 이 아이
빙산 모티브라는데 정형적이지 않은 모양새가 마음에 든다

올림픽 청국장이라는 빡센 이름의 한식당을 갔는데 
주차장 뷰가 너무 캘리잖아?

음식도 약간 진짜배기 느낌으로 맛있었다.. 술 외않파세요?

엘에이 필하모닉은 클래식계의 슈스인 구스타보 두다멜이 진두 지휘하고 있는데
코로나 때매 계속 공연장이 닫혀있다가 이제서야 드디어 재개 하였다
(Frank Gehry 건축가가 지은 멋진 공연장이 집과 매우 가깝다)

공연도 공연이지만
입장하게 되면 신기한 구조의 건물 내부를 돌아다니는 재미도 있다 

설레는 마음 ㅠㅠ 

비록 멀리멀리있는 자리이지만 공연장에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심장 터져 진짜,,
두다멜을 볼 수 있어서 일단 소원은 이뤘다

몇 주 후에는 피아니스트 김선욱의 협연을 갔다

인간이 피아노를 저렇게 잘 칠일인가.... 개머시썼고 엄청났다! (어휘력 무엇)
피아노 협주 이후에는 라벨의 볼레로 연주가 이어졌는데 실제로 들으니 어마무시한 감동에 눈물 줄줄 ㅠㅠ
암튼 또 티켓을 여러개 사놨다.. 맨날 갈꺼야 진짜

친구들 오면 데려가고 싶은 Pearl River Deli 

친구들 오면 22222 나름 빕구르망 holbox
얘네는 약간 퓨전이긴 하지만 정통 멕시칸 해산물 요리도 너무 좋다...

경기 중간에 하프타임 쇼같은거..?

첨으로 대학교 풋볼 경기도 갔다. 
너무 외부인 같이 안보이기 위해 USC 굿즈도 급하게 사입고 ㅋㅋ
학생 좌석에 앉았더니 젊은 기운을 흡수하고 온 기분이었으나 
암튼 미식축구는 너무 폭력적이고(?) 룰이 전혀 직관적이지 못해서 아직도 매력을 못찾겠음

아무리 난리를 쳐봐라~~ 내가 게임보냐 맥주먹지

끝나고는 해장타코~ 맨날 두세개 먹고 후회한다.. 다섯개는 먹을걸

친구들이 등살에? 한번 따라가본 볼더링
오랜만에 가니까 여전히 내가 왜 여기에 취미 못붙이는지 되새기고
이후 며칠을 근육통으로 고생했다

둘이서 공차고 노는데 나름 스카웃(?) 당해서 모르는 애들이랑 풋살했다
모르는 사람들이랑 공차는거 처음이었는데 
목에서 피맛날 때까지 뛰댕겼다

여기서부터는 윤핑 밥상~~

난 계란말이를 참 잘해~ 

꼬리곰탕 정식 나왔습니다,, 꼬곰을 해드십시오
꼬리곰탕 가끔 먹어줘야 힘이 난다
킥은 마지막에 미원 반스푼 ㅋㅋ 달라달라

하도 포동포동해져서 점심은 샐러드로 먹으려고 노력중이다 (그래봤자 살은 안빠져ㅎ)
타이식 비프 샐러드!!!
가끔 해먹는데 정말 맛나

이건 콥 샐러드!

버거를 먹고싶은 날엔 꿩 대신 닭으로 레터스랩 버거
무려 더블 패티~ 물론 이것도 샐러드로 카운트 ^^

둘이 다이어트 한다고 그릴가서 이만큼 구워옴 ㅋㅋㅋ
아 양심상 한끼에 먹진 않았지만
탄수화물 없다고... 능사가 아니잖아... 코끼리도,, 풀만 먹고 코끼리 됐자나,,

단백질이 넘쳐나는 나의 식탁..^^ 

디저트는 과일류로 대체...
석류는 나름 구조적이기 때문에 이렇게 분해할 수 있죠 훗
정말 왜 신화속 풍요의 상징인지 알겠는,,   

유명한 순대집을 드디어 가봤는데 대 만 족!
엘에이 순대는 8가 순대에서 드세요 !!! 꼭

이번 주는 공포의 땡스기빙 주다 
나의 인생 첫 터키 도전!!! 
괜찮게 된다면 포스팅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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