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2022년의 상반기가 한 달이나 남아있지만
계획했던 상반기의 일들을 대략 정리해놓고 나니 한 번쯤은 글로 정리해놓는 것도 좋겠다 싶어 써보는 글

2022년 상반기에 굳이 의미를 부여하는 이유는 반드시 잘 마쳐야 하는 일련의 중요한 일들을 해결하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1) 미국에서의 신분 문제가 있었으며, 2) 남편의 직장 - 그에 따른 우리의 거주지, 3) 그에 따른 나의 직장을 한 번에 해결해야 하는 시기였다.

1)은 작년부터 끌어오던 영주권 문제였는데 올해 초에는 해결이 나야 했다. 작년 초쯤 첫 신청 서류를 제출할 때 남편 이름으로 제출하는 거였고 그랬기 때문에 남편이 영주권을 받아야 하는 이유를 증명하는 서류들을 잔뜩 준비해야 했었다. 본인 일하랴, 변호사랑 씨름해가면서 서류 준비하랴, 엄청 스트레스를 받아했었고 첫 신청 결과는 RFE (Request for Evidence).. 말 그대로 서류를 더 준비하라는 거절이었기 때문에 엄청 같이 전전긍긍했었다.

서류를 보완해서 제출했을 때 다행히 받아들여져서 아마 2021년 늦여름쯤 이민국에서 너네 영주권 허가해줄게!라고 연락을 받았다. 하지만 그게 딱 이 과정의 반절 정도 온 것이었고 실질적으로 그린카드를 손에 쥐기 위해서는 또 더 많은 서류 작업이 있었어야 했다. 그때는 남편이 인터뷰 준비 시기라 내가 바통터치받아 변호사랑 관련 서류를 준비하고 지문 제출, 신체검사 등등의 과정을 거쳤다. (신체검사 결과 보냈는데 이민국에서 잃어버렸는지 못 받았다고 다시 보내라고 해서 지연이 생기기도 함... 하)

보통은 서류제출과 검증이 완료되면 영주권을 손에 쥐기 전에 임시 영주권 개념인 '콤보 카드'를 받는다고 한다. 그리고 한참 후에 정식 영주권을 받는 게 보통인데 담당 직원이 잘 걸린 것인지 올해 초에 남편은 콤보 카드 건너뛰고 바로 영주권을 발급받았다. 그럼 나는요?!!!! 나만 또 RFE를 받았다... 아무래도 그린카드 지원 직전에 혼인신고를 해서 이민국의 의심을 산 듯... (Green card marriage 아닌가 하는) 그래서 무슨 짓까지 했냐면 변호사의 조언에 따라 서류를 준비했는데 혼인 신고 때 사진이라든가 공동 명의의 아파트 렌트 계약서라든가 이런 건 기본이고 데이팅 히스토리를 보여주는 포토 앨범까지 만들었다....(처음 만난 날부터 졸업식 같은 굵직한 이벤트라든가 같이 놀이공원 간 사진 이런 거... 잔뜩..). 제출 후 결국 나도 한 달 정도 간격으로 힘겹게 영주권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지금 돌아보니 물론 1년 정도 넘게 걸렸던 것이니 비교적 빨리 받은 것인데도 그 당시에는 신분이 불안정하다는 이유로 엄청 스트레스받아했었고 잘못될 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해하고 우울해했었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해결되어서 너무 다행이고 같이 걱정해준 사람들에게 고마운 마음뿐이다.

영주권을 손에 쥐고 celebratory dinner

2) 남편 직장에 대해 잠시 말하자면 남편은 포닥 이후에 학계에 있고 싶어 했다. 회사로 갈 경우는 갈 만한 도시들을 대충 예상할 수 있으나 학교로 직장을 알아본다면 어디에 직장을 잡을지 매우 안갯속이 된다. 그래서 작년에는 심심하면 했던 얘기가 과연 우리는 어느 도시에 살게 될까 였다. 다행히 여러 개의 선택지가 생겼고 가장 구미가 당기는 두 개의 주립대학교로 추려졌었는데 첫 번째 학교는 동부 고립된 시골의 학교만 덩그러니 있는 도시(college town)였고 두 번째는 실리콘벨리 근처 캘리포니아 북부의 학교였다. 장점과 단점이 아주 명확했다. 동부 학교는 장점: 집값이 쌌고, 물가가 쌌지만, 단점: 나의 직장이 없음. 주변에 아무것도 없음. 겨울이 너무 추움.이었다. 두 번째 학교는 그냥 이것의 정확히 반대라고 보면 됐다.

지금 생각해보니 좀 웃겼던 것... 두 곳을 제대로 비교하고자 둘 다 가보았다. 처음에는 시골 학교에 갔는데 도착한 날 주변에 정말 아무것도 없는 걸 내 눈으로 직접 보고 호텔방에서 울었었다... 왜냐면 거기 살게 된다면 나는 원격근무를 할 테고 아무것도 없는 동네에서 남편은 학교 가고 나는 집안에서 덩그러니 하루 종일 혼자 컴퓨터 보고 일하고 밥해먹는다고 생각하니 너무 벌써 싫은 거였다... 그 학교 같은 경우는 two-body problem에서 우리를 만족시켜줄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나서 두 번째 학교에 가보니 집값은 미쳤지만 여기로 안 온다면 바보 같은 결정임이 분명하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내가 일할 수도 있는 회사들이 출퇴근 거리에 포진해있는 게 정말 중요했다. 그리해서 캘리포니아에 남기로 결정하였고 아주 만족스럽다. 위치적으로도 한국이랑 가까우니 조금 더 마음이 편하달까. 그렇지만 미쳐버린 집값 때문에 나도 남편도 소처럼 벌어야 해... 흑흑 

동부 학교 도시의 공항. 보이는게 공항의 거의 전부입니다요...

남편의 직장까지 정해져 버리니 이제는 내 차례였다. 일단 나는 현재 다니는 회사를 대략 팔천 개의 이유로 너무너무 너무나도 관두고 싶어 했으며 그동안 그러지 못한 이유는 그놈의 신분 문제였다. 지금 다니는 회사는 이사 갈 동네에서 출퇴근이 불가능했으며 신분도 해결됐겠다 나만 직장을 옮기면 되는 상황.. 근데 내가 할 수 있을까?

직장을 옮기기 위해서는 코딩 공부도 해야 했고 인터뷰 때 할 이야깃거리를 준비하고 연습해야 했다. (behavioral questions - 너 이런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했니? 같은 질문들. 비교적 뻔한 질문들이긴 하다) 원격 근무를 하니 공부할 시간을 많이 확보할 수 있어서 좋았다. 코딩 공부는 오랜 기간에 걸쳐 아주 조금씩 하고 있긴 했는데 막상 인터뷰를 하려니까 자신감이 바닥이었다. 그렇지만 대학원 때 들은 데이터 구조 수업과 그 자료들이 도움이 많이 됐다. (해쉬 맵은 정말 많이 물어보는 듯...)

4년 전 미국 와서 처음 인터뷰를 할 때는 영어도 더 엉망이었고 이거 아니면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절박함 때문에 마음이 정말 힘들었었는데 그거에 비하면 괜찮은 상황이니 그나마 수월했던 것 같다. 직접 지원도 많이 하고 주변 사람들 통해 referral도 많이 부탁했다. 그러던 중 다행히 몇 군데 회사와 인터뷰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지금 직장 인터뷰 때도 그랬는데 어떤 인터뷰들은 마치고 나면 "나로서는 이게 최선이었고 후회 없다"라고 생각이 들면 오퍼가 오더라... 망했다 싶으면 정말 망한 거고. 결국 만족할만한 오퍼를 받아 곧 새 직장에서 일할 예정이다. 내 현재 직장이 소프트웨어 개발자 포지션이 아니라 항상 그거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는데 그 한을 이제야 풀게 되어서 기쁜 마음이다! 

목표했던 일들의 리스트의 체크박스에 하나씩 체크하는 기분이 퍽 좋았다. 이제 곧 한달 후면 엘에이를 떠나 새 도시로 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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