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주(라고 써놓고 임시저장 후 이미 몇주가 흘렀다)를 마지막으로 미국에서 첫 직장과 안녕~을 했다.
오래 살다보니 퇴사를 두번이나 하네... (진즉 그만 두고싶었지만) 대략 4년 꽉채워서 다녔다. 지난 직장도 만 4년 다니고 나왔었다.
하도 저주(?)하면서 다녔던 회사라 퇴사하고 나면 별 생각 안들줄 알았는데 미운 정도 정인지라 약간의 알수 없는 뒷맛이 남는 것 같다.
사실 내 퇴사 감상이 시작되기도 전에 퇴사일 오후 5시 땡 되고 나니 내 계정을 날려버리는 회사의 쿨함에 머리가 띵하게 어이가 없기도 하다.
마지막날은 온라인으로 그동안 일했던 팀원들과 모여 빠빠이를 했는데
마치 내향적인간이 안친한 사람들이랑 불편하게 놀다가 집에 갈 때는 누구보다 밝은 얼굴로 안녕~~~!! 하는 것 마냥
그래도 나름 마지막이라고 다들 잘지내라, 모두들 굳럭이야, 우리 꼭 연락하고 지내자~ ^^ 하고 마무리를 했다.
첫 일년은 울면서 다녔다. 아침에 눈을 뜨면 아랫배가 아파왔다.
타국에서의 첫 직장... 써놓고 보니 생각보다 많은 고생이 들어있는 말같다.
대부분의 고충은 의사소통에서 왔다.
학교에서의 영어는 생각보다 수동적인 언어활동이다. 대부분 읽고 듣기를 하지, 말하기는 생각보다 덜 비중을 차지한다.
그래서 학교를 다니는동안 영어가 아주 크게 문제되지 않았고, 거의 늘지 않기도 했다.
그런데 회사에 오니 클라이언트들을 붙잡고 이건 이렇게 해주세요 저건 저렇게 해주세요 하는 나름 고기능(?) 영어를 해야했고
미팅때 어찌저찌 준비한 말을 하고 나면 온갖 액센트들로 알아들을 수 없는 질문이 날아온다.
그럴 때마다 나의 머리는 백지가 되기 일쑤였다.
나와 같은 길을 10년정도 먼저 밟은 사촌 언니는 나에게 야, 돈주는 영어학원 다닌다고 생각해. 라고 말해주었는데
그 말을 가슴속에 넣어두고 그래... 와~ 나는 돈을 받고 영어도 배운다~ 라고 생각하니 아주 조금 위안이 되었다.
(그리고 그 언니는 영어에 있어서는 우리 평생 원어민처럼 말하는 날은 오지 않을 거라고도 말해주었다.)
4년동안 난 여기서 뭘 배웠을까/얻었을까? 라는 질문의 답을 찾아보려고 했는데 사실 생각보다 별거 없었다.
1) 영어가 하에서 중하-중 정도로 늘었다는 것
2) 금융과 나는 맞지 않는다는 것. 돈을 좋아하는 것과 금융의 세계에 대한 애정은 다르다.
2-2) 금융상품은 겁나게 많고 하나하나 두통을 유발한다...
3) 역시나 남의 돈 벌어먹기는 힘들다
아 써놓고 보니 정말 별거 없다. 여튼 떠나고나니 정말 후련하다. 4년동안 수고했고 다시는 만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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