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이 지나가고 있다. 이번 여름의 가장 큰 이벤트는 엄마 아빠의 방문이었다. 방문 전까지만 해도 장빗빛으로 기대하고 들떠있었는데 현실이 닥치고 뒤돌아보니 내가 얼마나 단순하고 나이브했었던지 비웃게 되었다. 간만에 느껴보는 커다란 감정들의 소용돌이었다. 우리는 너무 떨어져 살았던걸까. 더욱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게 된 것 같다. 2주 간의 방문 후 멘탈 후유증들로 괴로웠는데 결국 시간이 지나니 또 점점 흐릿해져간다.
- 오랜만에 이 작은 동네에 유일한 (마을 회관 느낌의) 재즈 클럽에, 시애틀 살 때 듣기 시작한 Delvon Lamarr Organ Trio가 공연을 하러 온다고 해서 보러갔었다. 역시나 직접 들으니 음악이 다가오는 울림의 깊이가 달라서 새삼 놀랐고 너무 좋았다 (재미까지 있었다!). 가장 좋았던 부분은 Girly face 라는 곡이었다. 연주에 앞서 "우리 딸이.. 십대 때 학교에 괴롭히는 애들 때문에 힘들어 할 때 만든 노래인데, 내가 우리 딸을 girly face라고 부르거든.. 그래서 제목이 그거야" 라고 소개하는 말을 듣고 곡을 시작했다. 아빠가 속상해 하는 딸을 위로하는 마음이 너무 절절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나는 이제 아빠와 이런 교감은 못할 것 같아서 서글퍼졌다.
- 얼마전 탄자니아 마사이족에 관한 기사를 읽었다. 10년도 더 전에 봉사활동을 가서 고작 3주 지내다 왔지만 탄자니아와 그곳의 사람들에 대한 기억은 내 20대 아끼는 추억 중 하나다. 무엇에 대한 얘기였냐면, 중동의 거대 오일 머니 자본이 탄자니아 정부와 손잡고 마사이족들을 그들의 생활 터전인 세렝게티나 응고로고로 국립공원에서 쫓아내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아주 비참하고 악랄하게. 자연 보호를 명목으로 땅의 주인들을 빈털터리로 만들고 쫓아내고 나면, 중동 부자들이 와서 야생 동물을 사냥하도록 하게 해주는 것이다.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화가 끓어 올라 뭔가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있나 찾아봐도 나같은 개인은 결국 할 수 있는게 없는 것 같았다. 큰 무기력을 느꼈다. 부디 잘 살아남으시길 마음 속으로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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