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되도록 사진 없이 글을 써보려고 한다
애초에 블로그를 시작한 것도 내 생각을 글로 옮겨 놓고 싶었기 때문이었고
사진을 올리다 보면 하고 싶은 말도 희석되는 것 같기도 해서
글자에 집중해 봐야겠다는 다짐으로 시작하는 글이다.
새로 온 이 곳은 아름다운 풍경을 마주칠 일이 많은 곳이다
단아한 지평선 위에 해 질 녘 노을, 몬터레이 해안이 보일만큼 맑은 날의 수평선, 쭉쭉 뻗은 레드우드들을 목을 젖혀 보고 있자면
이곳에 살게 되다니, 전생에 잘 살았던 모양이야. 하고 생각하게 된다.
요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책을 읽고 있어서 그런가
내가 한 줌의 재로 어디에 있고 싶을까 라는 생각을 할라치면
평생을 산 한국과 몇 개월 남짓 살지 않은 이곳 중에 고르기 힘들 정도로 나는 이곳을 좋아하나 보다
6개월여전에 시작한 세 번째 직장은 어느 회사보다 업무강도가 세고 어렵다
아직도 영어는 고만고만해서 아주 테크니컬한걸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거나
사소한 뉘앙스의 차이를 섬세하게 표현하고 싶을 때는 애를 많이 먹는다
기쁜 소식은 아직 울지 않았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 만난 비슷한 업계에서 일한 지 꽤 된 친구에게
너는 회사 다니면서 울기도 하니? 라고 물었을 때
저는 진짜 맨날 울어요, 라는 답을 들었었는데
나는 닳고 닳아버린 건지 성격이 느긋한 건지 아직 통곡은 안 했네.
하지만 방심할 수는 없다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는 운동을 열심히 하려고 한다
몇 주씩 쉬어버리기도 하고 매일 가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간간히라도 꾸준히 하고 있다
몸이 단단해지면 마음도 단단해지려나
그렇다면 아주 좋은 것이고
몸이라도 단단해진다면 그것 만으로도 좋은 것이다
남편 하고는 아주 잘 지내고 있다
이 자와 살면서 상대를 위하는 법을 많이 배우고 있다
이 자와 만나면서 일이 힘들 때마다
공적인 부분은 내가 지금 별로일지라도
사적인 부분은 아주 행복해서 다행이다 라는 생각을 줄곧 했었고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이 자와 살고 있다니.
아무래도 전생에 나는 아주 덕을 많이 쌓은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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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말에 마침내(!) 이사를 왔다.

원래 살던 곳보다 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왔고, 바다와 산으로 둘러 쌓여 있는 인구 6만 정도의 작은 동네이다.

이사 정리중

이사 온 첫 일주일은 알 수 없게 기분이 착 가라앉아 있었는데, 나의 상태지만 왜 인지 이해가 잘 안 갔다.
지금 돌아보니 살아본 적 없는 형태의 동네여서 좋고 싫고를 떠나 그냥 매우 낯설어했던 것 같다. 물론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도합 120%로 즐기는 중...

집 밖 풍경: 나무, 나무, 나무

일단 이 동네는 서울의 반대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편하다. 인구 밀도 낮음, 태평양의 바다 바람이 항상 불고 나무가 많아 공기 좋고 자연환경 깨끗함, 날씨 쾌적하고 온화함. 하. 지. 만... 맛있는 거 없음, 사람 없음, 편리한 거 없음, 차 없으면 이동 불가능..

비교적 일정한 날씨


그래도 미국 생활 삼대장 (홀푸드, 트레이더 조, 코스트코)는 가까이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처음에 왔을 때는 이곳은 나, 남편, 그리고 자연..... 이 전부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더랬다. 둘이 뭐하고 놀면 좋을지 매일 궁리 중입니다.
이 동네로 말할 것 같으면,

일단 산이 매우 가깝다.

집 앞이 산이다. 밤에는 가끔 코요테 떼가 내려와서 울고 간다.
(소름 끼치는 코요테의 울음소리가 궁금하시면 여기)
우리가 이사 온 집은 학교 입구 바로 앞인데, 학교에 가면 일단 캠퍼스가 산속에 들어가 있다..

공원 아니고 학교 안...
올려 보면 나무...
또 나무...

물론 학교 밖에도 숲은 많다. 동네 근처에 있는 숲에 가면 더 다양하고 우거진 나무들을 만날 수 있다!

후광이 비추는 ㄴr...★

물론 물도 많습니다!

집에서 차 타고 10분 (정확히는 8분) 가면 바다가 나온다!
시애틀 살 때도 물은 가까웠으나 여기는 좀 더 본격적으로 미대륙의 끝 느낌이라 광활하고 웅장한 기분!

첫 출근을 하고 뭔가 오랜만에 하루 종일 신발을 신고 있었더니 발이 갑갑한 기분(더러엉?)이 들었는데
퇴근길에 바다에 와서 발을 담그니 씨원하게 쿨다운하면서 하루의 피로가 씻겨 내려가는 느낌이 좋았다. 그럴 수 있는 게 좋았다.

어쨌든 자연이 좋다 보니...

동물도 많다!

아마도 얘네는 학교에서 기르는 소
사슴
사슴2
사슴은 정말 많이 본다 ㅋㅋ

사슴들은 사람을 별로 안 무서워하는 듯하다...!

야생 칠면조. 땡스기빙이 다가오면 긴장해야하지 않을까 늬들?

물가로 가면,

펠리칸 있고요
암석 위에 흰 돌이 아니라~ 물개님덜

Wharf 쪽으로 가면 훨씬 가까이 볼 수 있다! ㅎㅎ
언젠간 이 근처에 서식한다는 elephant seal을 꼭 보고 싶다! 이렇게 생김:


사실 이 글은 우리 동네 놀러 오라는 영업 글이었습니다.
마음에 드셨다면 (안 드셔도) 꼭 놀러 오세요. 심심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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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라고 써놓고 임시저장 후 이미 몇주가 흘렀다)를 마지막으로 미국에서 첫 직장과 안녕~을 했다.
오래 살다보니 퇴사를 두번이나 하네... (진즉 그만 두고싶었지만) 대략 4년 꽉채워서 다녔다. 지난 직장도 만 4년 다니고 나왔었다.
하도 저주(?)하면서 다녔던 회사라 퇴사하고 나면 별 생각 안들줄 알았는데 미운 정도 정인지라 약간의 알수 없는 뒷맛이 남는 것 같다.
사실 내 퇴사 감상이 시작되기도 전에 퇴사일 오후 5시 땡 되고 나니 내 계정을 날려버리는 회사의 쿨함에 머리가 띵하게 어이가 없기도 하다.
마지막날은 온라인으로 그동안 일했던 팀원들과 모여 빠빠이를 했는데
마치 내향적인간이 안친한 사람들이랑 불편하게 놀다가 집에 갈 때는 누구보다 밝은 얼굴로 안녕~~~!! 하는 것 마냥
그래도 나름 마지막이라고 다들 잘지내라, 모두들 굳럭이야, 우리 꼭 연락하고 지내자~ ^^ 하고 마무리를 했다.
첫 일년은 울면서 다녔다. 아침에 눈을 뜨면 아랫배가 아파왔다.
타국에서의 첫 직장... 써놓고 보니 생각보다 많은 고생이 들어있는 말같다.
대부분의 고충은 의사소통에서 왔다.
학교에서의 영어는 생각보다 수동적인 언어활동이다. 대부분 읽고 듣기를 하지, 말하기는 생각보다 덜 비중을 차지한다.
그래서 학교를 다니는동안 영어가 아주 크게 문제되지 않았고, 거의 늘지 않기도 했다.
그런데 회사에 오니 클라이언트들을 붙잡고 이건 이렇게 해주세요 저건 저렇게 해주세요 하는 나름 고기능(?) 영어를 해야했고
미팅때 어찌저찌 준비한 말을 하고 나면 온갖 액센트들로 알아들을 수 없는 질문이 날아온다.
그럴 때마다 나의 머리는 백지가 되기 일쑤였다.

나와 같은 길을 10년정도 먼저 밟은 사촌 언니는 나에게 야, 돈주는 영어학원 다닌다고 생각해. 라고 말해주었는데
그 말을 가슴속에 넣어두고 그래... 와~ 나는 돈을 받고 영어도 배운다~ 라고 생각하니 아주 조금 위안이 되었다.
(그리고 그 언니는 영어에 있어서는 우리 평생 원어민처럼 말하는 날은 오지 않을 거라고도 말해주었다.)

4년동안 난 여기서 뭘 배웠을까/얻었을까? 라는 질문의 답을 찾아보려고 했는데 사실 생각보다 별거 없었다.
1) 영어가 하에서 중하-중 정도로 늘었다는 것
2) 금융과 나는 맞지 않는다는 것. 돈을 좋아하는 것과 금융의 세계에 대한 애정은 다르다.
2-2) 금융상품은 겁나게 많고 하나하나 두통을 유발한다...
3) 역시나 남의 돈 벌어먹기는 힘들다

아 써놓고 보니 정말 별거 없다. 여튼 떠나고나니 정말 후련하다. 4년동안 수고했고 다시는 만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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