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life

2021.6

yoonping 2021. 7. 11. 06:37


2021년 6월에 대해 말해보겠습니다.

그러니깐... 2021 6월 부로 기혼이 되었다.

치밀하게 계획한 건 아니고 적절한 식도 약 1년 후에 치르겠지만

일단은 여차저차한 사정으로 혼인신고부터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해외에서 한국사람 두 명이 결혼을 하려니 현지에 신고를 하는 것인지, 한국 영사관 통해서 하는 것이 맞는지부터 아무것도 몰라서 꽤나 우왕좌왕했다. (결론은 둘 다 인정되는 것이고 우리는 좀 더 편리한 해외 혼인신고를 하였다)

예전에 언젠가 만약 혼인 신고를 한다면 꼭 증인으로 서고 싶다던 (지금은 한국에 있는) 친구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생각치도 못한 부케를 보내주었다. 얼마나 고맙던지..

꽃집에서 나에게 전화를 해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냐고 물었는데 전혀 생각해본적이 없어서 다른 건 모르겠지만 지금 한창 예쁜 작약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탐스러운 꽃들로 풍성하게 넣어서 보내주었다.

최대한 간단하게 준비하느라 옷도 있던 거 입고 가고, 우거진 밀림같은 내 머리를 대충 집에서 솜씨 없이 말아보면서 준비를 하고... 재밌었던 것은 직접 판사에게 전화를 걸어서 약속을 잡고 증인을 두 명 데려가는 것이었다.

법원에서 신고를 하다보니 실제 재판을 하는 법정에서 진행되었다. 뜻밖의 법정행(?)...
판사님은 너무나 활기차고 입에 모터를 단 분이셨는데 (한시간 남짓한 신고를 마치고 나오니  그분 가족 사정을 훤히 알게 되었다... ) 배려 넘치고 재미있게 도와주셔서 즐거웠다. 내 치맛자락이 스타킹 정전기 때문에 다리에 딱 달라붙어 있었는데, 그걸 보시고는 사진 잘 나와야 하니 본인 사무실 개인 화장실에 가서 물뭍여서 정리하고 오라고 살짝 귀띔해주시는 세심함에 감동받았다... 졸지에 판사 화장실 구경..! 그리고  헤어지지 말고 잘 살라며 'Cheaper to keep her!' 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이혼은 아주 비싸다구...

둘이 손을 마주 잡고 결혼 서약을 할 때에는 나도 너도 울컥했었지만... 다행히 울음바다가 되지는 않았다 ㅎㅎ


I take you to be my wife/husband;
to have and to hold from this day forward,
for better or for worse, for richer or poorer,
in sickness and in health,
in joy and in sorrow,
to love and to cherish,
and to be faithful to you alone,
as long as we both shall live.

식을 하고 나서는 증인들을 모셔다 드리고 우리는 저녁 식사를 하러갔다.

저녁 식사는 남편 될 자가 예약을 했는데, 내가 가보고 싶어 하던 그리스 식당이었다. 그 자는 가기 전까지 일을 하면서 화상회의를 했는데, 보스가 어디 갈 거냐고 물어봐서 어디 레스토랑에 갈 거라고 말하고 그리스 음식에 대해 신나게 얘기를 했다고(..) 나에게 자랑을 했다.

- 아니 이상하지 않아? 갑자기 그걸 왜 물어보셨지. 와인 한 병 보내주시려고 그러나?
- 아니야 진짜 그리스 음식 좋아하셔서 그래~

가게에 도착하자 매니저 되시는 분이 너무너무 축하한다고 하면서 자리도 좋은데 주시고, 샴페인도 한잔씩 주시고, 주인분도 우리를 축복해주시면서 같이 짠하고..

음식도 너무 좋았고 (몹시 배고파서 아주 양껏 시켰다) 기분 좋은 식사를 하고 계산을 하려는데, 그 보스분께서 이미 전화로 다 계산하셨다고...! 둘 다 너무 놀라고 감동받아 웨이트리스한테 진짜요? 하고 여러 번 물었다.

이런 인생에 중요한 이벤트들이 있을 때마다 얼마나 주변 사람들로 인해 복 받았는지, 고마운 사람들인지를 되새겨보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나도 받은 것보다 더 돌려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다짐하게 된다.

3년 동안 서로를 잘 알아간 후, 우리는 이제 부부가 되었다! 어렸을 때는 과연 내가 마음에 꼭 드는 배우자를 만나게 될까? 얼뜬 생각했을 때 너무 희박한 확률 같아서 아마 힘들지 않을까?..라는 궁금증을 달고 살았는데... 그런 내가 결혼을 하게 되다니 여전히 신기하다.  사실 크게 달라진 건 없지만... 앞으로 둘로서의 여정이 기대되고 설렌다.


잘 살아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