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in PIT

Leaving PIT...

yoonping 2018. 7. 4. 14:10


어느새 이곳을 떠날 준비를 하고있다. 언제나 그렇듯, 마지막은 늘 생각보다 빨리 스물스물 다가와서, 정신차려보면 어째 벌써 코앞에 있다. 늘 떠날 준비가 되어있는 나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가려니 생각보다 아쉬워하고 있다.

"It takes a village to raise a child" 라는 말.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서는 한 마을 단위정도의 사람들과의 상호작용과 보살핌이 있어야 아이가 비로소 성장할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 짧은 기간이지만 1년이 약간 넘는 시간을 이곳에서 보내며 나에게도 어느 정도 해당되는 이야기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도 모르는 이 동네에 와서, 학교를 다니며 시간을 보내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게 되었고, 친해지기도 하고, 전에 없던 타입의 다양한 사람들을 보기도 하고.. 아무튼 그런 교류 속에서 나름 고된 1년을 견디고 나아갈 수 있는 버팀목을 얻었다. 떠날때가 되어 인사를 나누고 싶은 분들을 머리속에 나열해보다가 그래도 나에게 졸업장 말고도 사람이 남았고, 내가 만약 성장한 것이라면 그들의 도움이 컸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빠른 페이스의 학업때문에 부러 사람들과 교류를 하러 찾아다닌 것은 아니지만, 그 와중에 알게된 옆집 부부, 언니도 오빠도(실제로는 오빠라 안부르고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사용;) 잘해주셔서 거의 매주 주말마다 밥을 얻어먹으러 가거나 같이 외식을 하며 나의 "인생이 팍팍해요. 녹록치 않네요" 따위의 말을 듣고 진심을 다해 위로해주시기도 했고.. 지금은 정말 가족처럼 매일같이 만나며 탁구도 치고 웨이트 트레이닝도 배우고.. 유난스런 표현은 지양하는 편이지만 '미국 가족'이 생긴 느낌이다. 또 다른 두살 어린 동생에게는 비록 내가 잘 못챙겨주어서 늘 죄책감이 따르지만서도 위로와 응원도 많이 받으며 의지하며 지냈고 늘 고마운 마음이 남아있다. 마지막으로... "힘든 일 있으면 나한테 의지해도 돼" 라고 내 눈을 보고 말해주는 사람이 내곁에 있어 고마움과 안도감을 느낀다.

정 들지 않을 것만 같던 이 곳을 곧 떠나, 다른 도시에 발을 붙일 예정이다. 'Life in PIT' 카테고리의 새글도 이제는 슬슬 없어지겠구나.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