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in PIT

두번째 학기를 마치고

yoonping 2017. 12. 24. 07:16


두번째 학기가 끝났다.

학기가 끝나면 그간의 감상을 적어보려고 했는데 

며칠 지났다고 벌써 아득하게 느껴져서 잘 안써진다.


가장 많이 나를 괴롭혔던 생각은,

결국 이 모든게 내가 나를 행복하게 해주려고 시작한 일인데,

되려 부족한 내가 나를 괴롭히는구나. 라는 생각..


조금 더 똑똑하면 좋을텐데

조금 더 부지런하면 좋을텐데

조금 더 노력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


이런 생각들과 함께.


직장을 관두고 공부를 시작한 것에는 불투명한 미래와의 싸움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것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육중한 짓누름은 나날이 무거워져온다. 


학교 생활은 벅찼다. 

배움의 속도가 조금은 느린 내게 수업과 진도는 맞춰줄 리 없고,

소화해야하는 양도 어마무시해서 항상 숨이 턱끝까지 차있는 기분이었다.

아침에 눈뜨면 해야할 것들이 머리 한가득 떠올라서 무서웠고, 

하루 7시간 자는것은 사치였기 때문에 잠이 많은 나는 줄곧 죄책감이 들었다.


남들은 너무나 쉽게하는 것을 나는 왜 이렇게 쩔쩔 매며 겨우겨우 하는걸까,

이 학교는 날 왜 뽑은거야. 내가 여기 있는게 맞는거야?

등등의 불안한 생각들은 늘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몰랐던 것들을 알아가는 것, 그것이 머리속에서 내것이 되어가는 것, 

그런 것들은 내가 여기온 목적이기도 하고, 뿌듯함을 주었다.

서로 다른 언어를 쓰고 다른 문화권에서 온 학생들속에서 수업을 듣고, 경쟁 또는 협업 하며 

지금 아니면 좀처럼 할 수 없는 강도높은 커리큘럼을 꾸역꾸역이나마 소화하는 내가 가엾기도 했고 가끔은 칭찬해주고 싶었다.


아.. 가끔은 울고싶은 순간이 있었는데

울어봤자 위로해줄 사람이 없다는걸 알아서 불행인지 다행인지 울 수가 없었다. 


아무튼...

두번째 학기를 무사히 마쳤다.

(고무적으로 조금 더 좋은 성적으로!)